소백산 기슭에는 아름다운 여자 붉은 여우와 늠름하고 영특한 남자 붉은 여우가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험준하고 드넓은 소백산으로 인해 함께 살지 못하고 서로를 그리워하며 떨어져 살고 있었습니다.
다행이도 그들은 한달에 한번 둥근 달이 높게 뜨는 보름날, 환한 달빛의 안내를 받으면서 딱 한번 서로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소백산 인근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나무를 자르고 밭을 일구는 등 사람들 만이 살 수 있는 땅으로 변하면서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더니 마침내는 붉은 여우의 모습도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어느 해 극심한 홍수로 많은 사람들과 집들이 쓸려 내려갔습니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나무를 심는 등 자연과 함께
살 수 있는 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인삼과 버섯이 살 수 있도록 하고, 사과와 포도, 그리고 소가 살 수 있는 땅을 만들어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 놀랍게도 여느 때보다 밝고 둥근 달이 얼굴을 불쑥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사라졌던 붉은 깃털이 아름다운 여우 한 쌍이 소백산에 다시 나타났습니다.
소백산 일대는 붉은 여우 한 쌍이 보금자리를 다시 틀기 시작하면서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진정으로 아름다운 땅이 되었습니다.
잊혀졌던 소백산의 토종 붉은 여우가 캐릭터로 되살아납니다.